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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제멋대로, 그러나 따뜻한 -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2008.08.21 현실의 판타지 - 대런 섄

하울의 움직이는 성 2하울의 움직이는 성 2 - 10점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수첩리틀북스

  소설을 다 읽고나서 무언가 표현할 말을 찾고 싶어 책을 뒤지다 찾아낸것은 바로 '상상력이 창조한 따뜻한 세계'라는 말. 다름아닌 역자의말 제목이다. 정말 덜도 더도 아니고 저말 대로의 소설. 읽고나서 가슴이 따뜻해 지는것을 느꼈다. 1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보았을때도 잠시 저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은데, 아무래도 소설쪽이 여운은 더 깊이 남는다.

  뭐랄까, 느슨한듯 보이는 구성이지만 실제로는 꽉 짜여져 있달까, 밋밋한듯 보이면서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2권 마지막에 압둘라와 밤의꽃과 비어트리스공주와 저스틴왕자와 소피와 하울과 캘시퍼와 달젤과 하스루엘과 발레리아공주와 모건의 난장판은 더없이 극적인 부분으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로써 전혀 손색이 없다. 읽고 난 뒤에도 너무너무 즐거워서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어쩜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을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심지어 우울한 대목에서도 캐릭터들의 생기발랄함이 다음을 재촉한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어째서 웃음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건지, 어쩜 이렇게 다들 위트가 넘치는건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2권에서는 특히, 마지막 반전이 너무 생각치도 못한것이어서.. 아직도 솔직히 어벙벙한 상태. 2권은 1권과 장소만 비슷하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를 해줄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악인이 없다.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을 대로 할 뿐. 그렇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결국은 책임을 지게 마련이고, 그 책임마저도 기꺼이 감수하는것이 또 캐릭터들의 멋진점이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왠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제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용감하다. 용감한 행동에 언제나 보상이 있을 수 만은 없지만 적어도 작가만큼은 용감한 그들의 행동에 모두 적당한 보상을 해줬다는 점에서, 따뜻한 작가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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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섄 12대런 섄 12 - 10점
대런 섄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리틀북스
  이 작품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호러도 아니고 괴기 소설도 아닌것이 ... 뭐 굳이 크게 분류하자면 판타지로 넣어야 할 것이다. 책 뒷표지의 설명에 의하면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롤링도 크게 격찬했다고 하는데, 글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나 역시 이 책의 흡입력이 뛰어나다는 것에 흔쾌히 한표를 던지고 싶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글이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막힘없이 술술 서술해나가는 1인칭 시점은, 독자를 잠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진짜 겪은 일처럼 사건을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는 문체가 짜릿하면서도 오싹함을 준다. 또 작가의 독특한 설정과 상황묘사- 특히 격투씬 - 도 훌륭하다. 좀 과하게 표현한다면 '작가의 손 가는대로 대충 짜 넣은 스토리'같지만 사실은 치밀한 반전이 숨겨져있다. 특히 중반 이후에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를 조금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권의 마지막부분은 정말 환상적이다. (솔직히 마지막 12권이 아니었으면 그 전에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리뷰까지 쓰지는 않았을것이다)

  대런 섄 시리즈의 주인공인 대런 섄은 어떤 이유로 반 뱀파이어가 되어 그에게 주어진 운명에 맞서 그와 그의 종족의 생존이 걸린 싸움을 하게 된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고전적 이미지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무척 현실적이며 또한 입체적이다. 많은 인물이 죽지만 그것은 호러가 아니라 삶에 대한 투쟁의 과정이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점은 '예언자'들의 등장이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기도 하고 미래를 내다보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타인의 운명에 간섭할 수는 없으며 미래를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힘은 크며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대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운명'을 뛰어넘고야 만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이 책도 어디까지나 성장소설이다. 대런 섄이라는 주인공과 함께 신비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아픈 모험을 하면서 나의 마음도 조금은 자랐을까. 해리포터 이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가 술술 쏟아져 나오는 유럽의, 조금은 무거운 그러나 독특한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서슴없이 이 책을 권해드리겠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라서 중요한 언급은 피하고 간략하게 책 소개를 하는 차원에서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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