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축일장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북하우스

  캐드펠 시리즈의 네번째 성 베드로 축일장에선 드디어 정치적 갈등과 얽힌 사건이 시작된다. 이미 두번째 권 99번째 죽음을 통해 스티븐 왕과 모드황후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루즈베리는 왕의 충직한 휴 버링가와 함께 스티븐 왕의 영토가 되었고, 모드 황후의 측근들은 모두 축출당했다.

 캐드펠 시리즈의 묘미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중세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즈)의 생활사를 실감나는 묘사로 표현한것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흐름또한 정확하게 포착한 것에 있다. 엘리스 피터스는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12세기 초반의, 단일한 왕이 지배하던 시기도 아닌 그것도 내전기를 무대로 잡음으로써 혼란스러운 상황을 작품에 교묘하게 이용한다.

 때때로 정치에 무관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비해, 이 당시 영국인들에게 정치는 뼈속까지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물론 일반 민중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켜주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자면 누구든 상관없었겠지만, 그렇기에 비로소 누구편을 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상인, 귀족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 상당수는 정치적인 부분이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 베드로 축일장'은 그야말로 정치적 사건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이번 권에서는 왕과 황후 사이의 정치 스파이들의 은밀하고도 숨막히는 이야기가 그 중점이다. 이야기 중심에 있는 인물도 있고 조용히 암시만 주고 사라지는 인물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인물에게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것이 독자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다는듯한 평온한 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에서 매년 개최하는)이지만 그 혼잡한 틈을 타 더욱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번권에 드러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것은 쉬운편에 속한다. 별로 추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건의 얼개를 찾아내고 정치적 흐름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는가를 지켜보는것은 상당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결코 정치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회에서, 그러나 명목상으로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정치적 중립인 캐드펠과 함께,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또 한명의 인간을 구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부임해온 합리적인 라덜푸스 원장 (앞으로 캐드펠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과 성내 주민들과의 소소한 갈등과 그 해결도, 마지막에 슬며시 웃음짓게하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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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수도사의 두건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북하우스
  엘리스 피터스에게 1980년 실버대거 상의 영광을 안겨줬던 캐드펠시리즈의 제 3번째 소설이 바로 이 '수도사의 두건'이다.

  내전의 불길이 가신지 얼마 안된 시루즈베리 수도원에 한 영주가 전 재산을 내놓는 조건으로 가족과함께 몸을 의탁한다. 영주의 재산이 꽤 많았던지라 부원장 로버트는 기뻐하며 영주를 맞이하지만 세상경험이 풍부한 캐드펠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과연 여기에는 뒷 사정이 있었는데, 영주의 처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영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것.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양아들에게 화가난 영주는 재산을 빌미로 아들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 아들과 영주가 싸운 어느날 영주가 독살당하고 법의 수호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범인이 양아들일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예리한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의문을 느끼고 자신이 만든 약물 - 바곳, 즉 '수도사의 두건'이라고도 불리는 약초를 사용한 - 이 범행에 이용되었다는것을 핑계로 이 사건에 뛰어드는데....

  이번 권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캐드펠이 앞권에서 곧잘 읊조리던 '그의 여자'들 중 한명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이 60이 다되어도 약간 치기어린 캐드펠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던 '결혼할 뻔 했던' 리칠디스가 바로 영주의 부인이었던 것. 그녀의 아들 에드윈을 보며 자신의 아들이 될뻔했다거나 예전의 리칠디스를 떠올린다거나 하며 묘한 기분에 잠기는 캐드펠이 상당히 귀엽게 느껴진다. (이미 올리비에를 향한 작가의 복선은 시작되고 있다)

  두번째로, '성녀의 유골'에서도 나왔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차이가 상당히 흥미롭다. 모드황후와 스티븐왕간의 권력다툼, 수도원 내 파벌및 지위상승욕구와 더불어 잉글랜드와 웨일즈간 지역색의 차이는 캐드펠 시리즈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테마중 하나이다. 아직까지 웨일즈가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그 나름대로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여서 두 지역을 지배하는 지배자도 다르며, 법도 다르고, 심지어 언어와 사람들의 특성마저 차이가 난다. 내가 캐드펠시리즈를 읽으며 즐거웠던 점 중에 하나가 중세 웨일즈인들의 건강한 매력이 너무나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것에 익숙하고, 외부인을 꺼려하는 폐쇄적인 습성, 그러나 그만큼 공동체 의식이 강한... 그리고 이번 권에서는 특히나 범인을 추리하는데 키 포인트가 되는 서자에의 재산상속권 및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마을회의의 풍습.. 캐드펠의 여유롭고 인간애가 가득한 성격에는 이러한 성장배경이 있었다는것을 생각하면 한층 더 소설 읽기가 즐거워진다.

  또한 작가가 세속을 경험한 종교인, 웨일즈출신 잉글랜드 수도원의 수도사 라는 설정으로 캐드펠을 창조한 것은 주인공을 좀더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진 인물로 만드려고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활동반경또한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찬가지로 약초를 재배하고 약을 다루는 본초학자라는 설정 또한 엄격한 종교적 규율에서 그를 자유롭게 한다. 이번권만해도 캐드펠은 웨일즈어가 가능한 웨일즈 인과 치료사로서 종횡무진 활약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소하고도 치밀한 계산을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작가의 캐드펠 시리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된다.

  이번권 역시 캐드펠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두 젊은이를 구원한다. 다소 법에는 벗어나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는 캐드펠에게 우리는 환호하게 된다. 역시 당신은 어쩔수 없군요.. 당신다워요..라며 자조하는 휴 버링가의 즐거운 쓴웃음이 들려오는 듯 하다. 항상 그렇듯, 신은 (캐드펠의 손을 빌려) 최선의 방법으로 일을 해결한다.

 이번권은 약간 추리의 단서가 많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점이 있으나 그것 또한 이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정통 추리가 메인이 아닌 어디까지나 스토리 텔링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마을에서 이런일이 있었는데 사실은 이런 뒷사정이 있었지...라는 기분으로 즐기는게 최고다. 인간의 순간적인 욕망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엘리스 피터스는 캐드펠을 통해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수도원장의 작은 복수와 후임 수도원장으로 앞으로 캐드펠의 뒤를 확실히 지원해주는 든든한 라덜푸스 수도원장의 부임역시 소소한 볼거리다. 확실히 소악당(?) 로버트 부 수도원장 같은 인물이 있어서 캐드펠 시리즈가 더 재미있어 지는게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캐드펠 시리즈의 초반부인만큼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과 설정이 잔뜩 나오지만, 그만큼 읽고나면 시리즈의 다음 권들을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것이다. 또 엘리스피터스만의 추리방식에도 익숙해져서 점점 범인 추리가 어렵지 않게 (오히려 너무 쉬울정도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번권을 통해 캐드펠의 매력에, 역사추리소설의 매력에 한층 더 빠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17권밖에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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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번째 주검99번째 주검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북하우스
  캐드펠 시리즈를 통틀어 많은 주변인물이 등장하지만, 캐드펠이 가장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는 단연 휴 버링가일 것이다. 보통 추리소설에는 탐정뿐아니라 탐정의 조수가 등장하지 않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조수들이 착하고 정의로운 심성을 지녔으며 탐정의 손과발이 됨과 동시에 가끔씩 탐정에게 영감을 주는 - 그런 역할을 하는것에 비해 휴 버링가는 캐드펠과 함께 추리하는- 또다른 머리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존의 조수역에 들어맞는 역할이라고 하면 마크수사나 오스윈수사같은 어린 수사들을 꼽을 수 있을것이다. 휴 버링가는 캐드펠 못지않은 두뇌와 젊은 행동력, 또한 행정적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캐드펠이 필요할때 언제든지 제2의 머리, 손, 발이 되어준다. 그야말로 전적으로 믿을수 있는 친구다. (친구에 나이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휴 버링가가 처음 등장하는것이 이 99번째 주검. 시루즈베리를 차지하기위한 전투 후 스티븐왕이 명령한 98명(사실 원작은 94명인데 출판사측에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고의로 숫자를 바꿨다)의 죽음.. 그러나 그곳에는 99명의 시체가 있었다. 그 교묘하게 숨겨진 살인의 진상을 캐드펠이 파헤친다는것이 이번권의 내용.

  99번째 주검은 또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배경이 드러나게 되는 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티븐왕과 모드 황후라는 두개의 내전 세력과 모든 귀족들이 두 파로 갈려있는 상황속에서 민중들은 전쟁에 휘말린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리저리 변하며 각종 에피소드들의 배경이 된다. 정세의 변화가 상당히 흥미롭게 에피소드에 이용되고 있으니 그쪽도 주목해서 보길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정세의 흐름에 민중들은 다만 휩쓸릴뿐이다. 그들에겐 스티븐왕이나 모드황후나 상관없다. 오직 자신들이 안전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기쁘다. 캐드펠 또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가능한한 모든 인간에게 공정하려 노력한다.

  여느 캐드펠 시리즈와 같이 이번편도 이러한 정치적 상황과 인간의 탐욕, 질투가 불러낸 비극을 사랑과 용기로 극복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가지 더하자면 캐드펠과 휴가 벌이는 신경전- 두뇌싸움이 상당히 흥미롭다. 앞으로 더말할 나위없는 친우가 되는 이 두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는지 독자들은 이번 권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수사이면서 약간은 느슨하고, 약간은 약삭빠르며, 냉철과 감정을 겸비한 캐드펠의 매력과 활약에 다시한번 즐거워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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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니아(Narnia) 연대기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소설가인 C.S 루이스가 일생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창작한 동화 시리즈 이다. 내가 읽은 번역본은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나니아 나라 이야기' 로, 영화의 유명세를 타고 요 근래 합본도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로 골라 볼 수있는 이 7권짜리 번역본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원서의 삽화를 그대로 살리고 있고 무엇보다 '연대기 순서'대로 실려있는 합본으로 보다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는 꼭 차례대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읽는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한번 차례대로 읽다가 완독을 포기한 전적이 있기도 하거니와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읽는것이 작가의 의도를 더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선도 찾아볼 수 있고 외전의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어 읽는사람의 흥미를 유발한다. 아래는 출판된 년도와 연대기 순서, 그리고 원제이다.

1950년 (2)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1951년 (4) Prince Caspian
1952년 (5) The Voyage of the Dawn Treader
1953년 (6) The Silver Chair
1954년 (3) The Horse and His Boy
1955년 (1) The Magician's Nephew
1956년 (7) The Last Battle
(출처:http://myhome.naver.com/bergk/newdesign/home.htm)

  시공주니어판 제목으로 보자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캐스피언 왕자 -> 새벽출정호의 항해 -> 은 의자 ->말과 소년 -> 마법사의 조카 -> 마지막 전투, 이 순서로 출판이 되었고 나 또한 이 순서대로 완독했다.
  그러나 연대기의 순서대로 보자면 마법사의 조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말과 소년 -> 캐스피언 왕자 ->새벽출정호의 항해 -> 은 의자 -> 마지막 전투, 가 될 것이다.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 마음이지만 외전읽기를 좋아하고 작가의 필력 증진(?)을 느끼고 싶다면 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연대기 순서대로 안읽으면 헷갈릴 수도 있다고? 그럴 걱정은 마시라. 각 권마다 어느 시대인지 충분히 작가의 설명이 들어가 있고 시공 주니어 판에는 뒤에 연대기가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읽지 않은 부분의 연대에 대해서는 조금 내용유출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읽고있는 책 부분만 살펴본다면 그럴 염려는 없다. 그리고 커다랗게 놓고보면 나니아 세계의 탄생과 멸망이라는 큰 흐름속에 이야기들이 있지만, 각 권은 독립된 이야기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내용이 씌여져 있다. 즉, 그다지 연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다만 모든 권을 총괄하는 '마지막 전투'만은 맨 마지막에 읽기를 권한다. 전권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이므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보는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혹자는 '나니아 연대기'를 두고 '동화를 위장한 전도서'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이 시리즈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있다. 나 자신도 각 권마다 숨어있는 기독교적 상징을 찾아내는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을 정도로 많은 요소가 기독교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있다. 그러나 이 책을 기독교 책이라고만 하기엔 그 풍부한 상상력이 아깝다. 일단 신화적 동물들과 마법의 등장은 기독교 냄새를 없애는데 큰 작용을 한다. 게다가 반드시 기독교라고는 할 수 없는 진리. 우주를 통틀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진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독교로 한정하기에는 너무 편협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나니아라는 대륙의 창조에서 멸망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진리가 거짓을 이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뭐 독자가 악의 추종자라면 나도 할말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관점에서..)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내가 어렸을때 읽은 책이고, 또 제일 많이 읽은 책이기도 하다. 연대기의 첫 권이라서 그런지 루이스도 많은 복선을 깔아두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페번시 가문의 네 아이들이 우연히 노 교수의 집에서 옷장을 통해 나니아를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나니아 대륙의 신비함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다른 책에 비해 나니아 대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고 여러 종족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오랫동안 존재하던 악을 물리치고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 나니아 세계를 구원한다는 구세주의 개념, 그리고 세계의 신으로 등장하는 아슬란이 처음 등장하는것도 이 권에서이다. 이 권에서 아슬란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잇김을 통한 재생을 나타내며 선한 자에게는 용기를, 악한 자에게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존재로 등장하게 된다. 나니아 시리즈의 전 권이 모험 이야기 이지만 이 권은 특히나 나니아 세계로 가는 첫 여행으로써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페번시가의 네 아이들과 함께 옷장에서 나오면서 나니아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될 것이다.

 
캐스피언 왕자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캐스피언 왕자, 이 책은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아주 감명깊게 본 독자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페번시가의 네 아이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실과 다른 시간이 적용되는 나니아의 시스템을 확실히 인지하게 될 것이다. 이번 권은 무려 세권에 걸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인 캐스피언 왕자가 첫 등장하여 왕위를 탈환하는 이야기이다. 이 시대는 신화가 사라지고, 과거 네 아이들이 다스리던 황금 시대가 잊혀져가던 때이다. 이번 권을 통해 독자들은 신화세계와 나니아의 부활을 경험하고, 옷장 말고도 나니아로 통하는 길이 여럿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새벽 출정호의 항해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이 권부터 나니아 세계는 크게 확장된다. 여태까지는 나니아가 대륙의 전부처럼 느껴졌다면 이젠 나니아가 아닌 다른 여러 나라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또한 바다를 통한 모험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신밧드의 모험같달까. 무엇이 나타날 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도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캐스피언과 에드먼드, 루시 그리고 유스터스의 용기를 독자는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권에서는 현실에서 나니아로 오는 사람중에 유스터스가 포함되는데, 첫장부터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유스터스가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도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이동한다는 생각도 참신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들이 특정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유혹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유혹을 이겨내는지, 그리고 용감한 생쥐 리치피프의 입담도 주의깊게 볼 만 하다.

 
은 의자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은 의자. 전 권에서 크게 성장한 유스터스와 새롭게 등장한 질 폴이 이번 권의 주인공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릴리언 왕자를 구출하는 모험을 통해 두사람 모두 (특히나 질) 모험에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나니아 위쪽의 북쪽 황야를 배경으로, 힘들고 지친 진짜 모험다운 모험을 그들은 하게 된다. 이번 권은 특별히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여러 종족들이 등장해서 짧은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주 나왔던 종족이 아닌 생소한 종족들, 그리고 아슬란이 질에게 준 표지등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더 즐거울 것이다.

 
말과 소년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말과 소년. 이 책은 정말 외전다운 외전이라는 느낌이다. 유일하게 현실세계의 아이가 주인공이 아닌 책이기도 하다. 시기상으로 보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다음인데 정말 그 다음에 안읽어도 상관없다. 다 큰 에드먼드와 수잔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살짝일 뿐이고 주인공은 샤스타라는 소년이다. 이 책에서는 나니아보다는 그 주변 나라인 아챈랜드와 칼로르멘이 등장하면서 다른나라의 문화와 나니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나라끼리의 관계등을 살펴보면서 온 세계관이 확 한눈에 보이는것을 느끼게 된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샤스타와 아라비스, 그리고 두 말들의 모험을 통해 가슴깊이 따뜻한 웃음을 짓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법사의 조카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마법사의 조카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특히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대한 복선이 상당히 많이 깔리게 되는데 옷장, 가로등, 그리고 말하는 동물들, 세계관등이 이때 다 나오게 된다. 물론 노 교수님 까지도. 이 책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와 세계를 잇는 '중간 세계' 의 개념이 등장하고 시리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악'이 어떻게 나니아 세계에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연대기 대부분에 걸쳐 등장하는 잘못과 그에 따른 책임-> 용서 라는 구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도 나온다. 선악과에 대한 비유도 나오고 어떻게 보면 이 권과 마지막권이 가장 기독교적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전투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마지막 전투, 가장 암울하고도 화려한 이야기이다. 나니아의 마지막왕인 정의롭고 용감한 티리언과 유니콘 쥬얼이 등장하며 그들의 마지막을 유스터스와 질이 같이 하게 된다. 이 권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음모와 술수가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여러 인물들과 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더 자세하게 다루어 진다. 가장 전투씬이 화려한 권이기도 하다. 한가지 진실을 놓고 대응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이 있던 나니아는 파괴되며 아슬란을 믿는 동물, 사람들만이 새 나니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여태까지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특히나 새벽출정호의 모험에 나왔던 리치피프 복선이 이 때 활용되는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수잔의 변심과 나머지 인물들의 열차사고로 인한 '죽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타슈를 믿었음에도 진정한 나니아로 가게 된 칼로르멘의 왕자를 통해 루이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번역본 뒤에 있는 롤링의 간담회에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가 점점 어두워져가고있다'라는 질문에 롤링이 '특별히 어두워지고있지는 않다. 1권은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고 뒷통수에 사람의 얼굴이 있는 끔찍한 설정이 나온다'는 대답이 적혀있는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나니아 연대기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되게 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이다. 모든 등장인물은 자신의 죄에 대한 죗값을 치루며 때로는 죽음으로 갚기도 한다. 또한 여러 전쟁씬을 보면 어린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의와 몸을 지키기 위해 심지어 상대방을 죽이기 까지 한다. 유쾌하고 즐거운 모험 이야기 속에 이런 면들을 보게 되면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아랍인인 칼로르멘인들의 모습에서 재밌으면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백인인 나니아인들과 비교하여 야만적인 묘사는 그냥 그렇다고 쳐도 특히나 마지막권에서 그들의 신인 타슈를 악마로 설정한것은 참 많이 안타까웠다. 게다가 타슈와 아슬란을 합친 타슐란의 등장은 동화에서 이런것까지 다루어도 되나.. 할 정도로 상당히 종교적으로 충격적이었다. 좋게좋게 보자면 그 모든건 설정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읽으며 조금 신경이 쓰이더라.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심을 키워주는 동화로, 또 어른들에게는 진정한 진실과 진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로 오랫동안 계속 사랑받아 왔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영화화 된것을 이후로 연대기가 계속 영화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좀더 많은 독자가 생겨서 나니아 세계에 대해 좀더 깊게 서로 이야기해 볼 수있기를 바란다.

  덧// 개인적으로 유스터스가 가장 좋다! 영화에서 만날 고집쟁이 유스터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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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유골성녀의 유골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북하우스
  나에게 있어 캐드펠 시리즈는 각별하다. 나는 이 작품을 2003년에 처음 접했는데, 그 전까지는 역사추리라는 장르가 있는줄도 알지 못했다. 역사소설도 좋아하고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그 두가지를 합한 팩션(fact+fiction)이라니!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장르였던것이다. 나는 캐드펠에게 반해 20권이라는 다소 많은 이 시리즈를 금세 다 읽어버렸고 이후로도 역사추리소설이라면 관심을 갖고 접하게 되었다.

  요즘들어 '다빈치 코드'같이 역사적 미스테리를 후대에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작품에 '역사추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국내에 '역사추리'라는 장르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역사추리'라고 소개되는 작품중에 진정한 역사추리가 몇개 없는것을 보면 자칫잘못하다간 진짜 역사추리소설이 설자리가 사라지게 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정의하는 '역사추리'라는 장르는 실제 존재했던 역사적 상황안에서, 실존했던 인물과 허구적 인물이 공존하며, 어떠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즉 다시말하면 현대의 인물이,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는건 역사추리가 아니다. 그건 차라리 스릴러나, 탐험소설이라고 불리는게 더 적합할 것이다.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자세한내용은 내가 예전에 작성했던 포스팅을 참고하였으면 좋겠다. 이러한 역사추리물중에도 단연 완성도있게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이 캐드펠 시리즈다.

  엘리스 피터스가 1977년부터 20여년에 걸쳐 총 20권을 펴낸 캐드펠 시리즈는 12세기 영국, 시로프셔 주의 시루즈베리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수도사 캐드펠이 혼란스러웠던 중세에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캐드펠은 실존 인물로 ,수도사임에도 불구하고 편협하지 않은 종교관과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60대의 노인이지만 수도원 생활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채 안되는 캐드펠은 과거 십자군원정을 갔다왔을정도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때를 바탕으로 한 민첩한 몸놀림과 냉철한 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믿음, 약초에 대한 뛰어난 지식 등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하여 중세적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캐드펠. 신성과 세속과 같은 종교적 문제 뿐만아니라 잉글랜드와 웨일즈, 스티븐왕과 모드 황후라는 지역적,정치적 문제에서까지 캐드펠은 현명하고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엘리스 피터스가 완벽한 중세 인물을 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그가 더 돋보이는것이 아닐까. 그리고 과연 중세인들중에 그와같은 인물이 없었다고 그 누가 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한편 캐드펠 시리즈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것은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마을인 잉글랜스 시로프셔 주의 시루즈베리에대한 묘사다. 마을과 여러 건축물들, 전원적이고 아름다운 풍경등의 묘사는 너무나 실감나도록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독자는 시루즈베리 수도원과 시루즈베리 시내, 산과 강과 들판을 캐드펠과 함께 지나다니며 시루즈베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루즈베리는 캐드펠때문에 관광명소가 되었다)

  성녀의 유골은 그러한 캐드펠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다. 주인공인 캐드펠이 첫 등장하는것이니만큼 작가는 캐드펠이 어떤 인물이라는것을 보여주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캐드펠이 몸담고 있는 성 베네딕트 회 시루즈베리 수도원은, 야심만만한 부수도원장 로버트가 수도원과 자신의 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성녀의 유골을 모셔오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웨일즈에 있는 위니프레드 성녀의 유골을 찾아 가지만 웨일즈인들은 성녀는 자신들의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 와중에 마을의 지주가 살해당하고, 로버트는 성녀의 저주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것같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플롯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교회내 권력에 대한 집착, 기적과 계시, 잉글랜드인과 웨일즈인간의 차이 및 갈등, 지주와 자유민과 농노, 사랑과 질투 등등이 포함되며 이야기는 한층 더 복잡함을 띤다.

  캐드펠시리즈는 완벽하게 재현해 낸 중세시대 영국과 영국인들,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와의 얼개,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는데 있어 시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사랑과 믿음, 인간애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하나의 걸작이다. 역사추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 세계'에 푹 빠지는것이 상당히 익숙할 수 있으나 아직 그것이 어색하다면 차근차근 역사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접근해 보길 권한다. 또한 사건을 해결할 때 현대의 수사방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해가면서 읽는다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것이다. 지문도 DNA도 추출할 수 없는 과거에 과거인들이 어떤 지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지, 또 그만큼 인간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역사 추리소설'의 매력을 찾아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캐드펠이 각권마다 새로이 보여주는 또다른 매력역시 찾아내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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