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민음사 | 2 ARTICLE FOUND

  1. 2010.02.18 스티븐킹 명성의 이유를 깨닫다
  2. 2008.08.21 아름다운 사람들 - 열녀문의 비밀

다크 타워 3 - 상다크 타워 3 - 상 - 10점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평생가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스티븐 킹을 새삼스럽게 다크타워라는 판타지로 입문하게 될 줄이야. 아마 이번에 재출간되지 않았으면 그가 다크타워를 썼다는것 자체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결과부터 말하자면 스티븐킹의 입문작으로 나에게 선택된 '다크타워'는 내게 스티븐킹을 친숙하게 만드는 가교로서 충분히 작용했다. 

 다크타워는 '뱀파이어 헌터D'와 '앰버연대기', 거기에 특유의 황량함이 '듄'까지 생각나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 시기적으로 뒤에 출판된 '뱀파이어헌터D'가 '다크타워'의 영향을 꽤 받은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둘의 느낌이 비슷했는데 키쿠치 히데유키의 '마계도시'시리즈를 생각하면 키쿠치가 스티븐킹을 배꼈다기 보단 원래 이 사람 스타일이 그런것 같긴 하다. 하여튼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 고독한 히어로라던가 서부의 황량함이 느껴지는 묘사들이나 소재도 그렇고. 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톨킨의 북구유럽적 판타지에 반항하며(? 그렇다고 싫다는것이 아니라 색다른것을 추구하고 싶었던) 태어난 총잡이는 그당시에는 굉장히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앰버나 마계도시- 우리나라로 치면 월야환담의 배경에서 나오는 매력을 작가는 서부 황야와 20세기 후반의 뉴욕에서 느꼈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러한 배경은 지구의 20세기와 총잡이가 있는 중간세계를 오가며 더욱더 리얼한 맛을 더해준다. 중간세계는 환상이자 환상이 아니며 지구는 현실이자 현실이 아니다.

 초반의 고독한 히어로는 얼마 안있어 '파티'를 구성한다. 모르도르는 다크타워가 되고 반지원정대는 '카텟'이 되어 세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시리즈의 초반부에서 다소 냉정하고 세계의 질서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다크히어로 같았던 총잡이는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어느새 고귀한 기사가 되어 파티의 중심부에 자리잡는다. 그의 곁을 지키는것은 마찬가지로 총명하지만 이중인격을 안고있는 장애인(정신일까 신체일까) 여인, 다소 가벼워보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고결한 마음을 지닌 청년, 천진난만하면서도 기민함과 총명함에 있어서는 어느 파티원에도 지지않는 소년이다. 작가의 황무지는 톨킨만큼 고전적이며 동시에 굉장히 현대적이다. 원정은 원정이되 현대식의 원정.

 3권을 읽으면서 가장 당황한 동시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환상과 상징, 계시의 범람이었다. 마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한듯 정신없고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비현실적이고 마법같은 설정이 마구마구 튀어나온다. 그런가 하면 '변질'되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속의 컴퓨터와 기계장치, 다크타워 판 스핑크스인 기차 블레인은 중간세계의 여정 내내 느끼는 그로테스크 함을 보다 강화시킨다. 시리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어느 SF에서 나오는 묘사에도 지지 않을만큼의) 변질되어가는 생태계와 인간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3권에서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할 지경이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앰버연대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보다도 더한 멀미가 난다. 도대체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한 감을 못잡겠다. 온갖 장르적 요소는 다 갖춘 이 소설을 '판타지'라고 규정하는게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다. 스티븐킹이 원래 이렇게 묘사에 충실한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묘사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영화화가 됐을때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듯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크타워 시리즈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스케일이 광대하다. 다른 작품들과 교집합이 있다기 보다는 다크타워 자체가 커다란 합집합을 이루고 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작가가 의도한대로 독자가 기나긴 시간감과 광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것에는 성공한듯 싶다. 물론 내용면에 있어서도 괜히 작가가 30년이나 공들여썼다고 오버하듯 말하는게 아니다. 일단 3권까지 읽고 난 지금의 마음은 그렇다. 적어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나자 총잡이가 뒤를 쫓았다." 이 한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겠다는것.
http://senillia.tistory.com2010-02-18T13:30:4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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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열녀문의 비밀 -상 - 10점
김탁환 지음/민음사
 
  방각본 살인사건에서 5년이 지난 후의 그들을, 긴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만에 상.하 권을 다 읽고, 머리속에 자주빛 안개가 낀 기분으로 지금 자판을 두드린다.
 
  백탑파 시리즈의 두번째인 이번 소설에서는 전작보다 한층 더 깊어진 그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전작이 약간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편안하게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열녀문의 비밀' 에서, 작가는 '열녀'를 다시 정의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맹의 도를 따른 열녀가 아닌, 열녀를 넘어서는 삶에 대해 말한다. 시문에 능하고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며 자신이 배운것을 삶에 적용시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여인.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행복까지도 찾아서 살아 가는 긍정적인 여성상에 대해 작가는 화광의 입을 통해 재 평가 내리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열녀이자 훌륭한 여성상으로 평가하는 사임당이나 난설헌에 비해 조악하다고 할 수 있는 삶이지만, 훨씬 행복한 삶이 아닐까.  책속의 '아영'은 현대를 살아가는 그 어느 여성 못지 않은 앞선 시각으로 시대를 살아간다.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았던 여성이 있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읽는 내내 마음속 한 구석이 시원했던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번권에는 전권에 비해 '야소교도'라 불리는 초기 기독교인들의 삶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아직은 그 불꽃이 작고 점차 불꽃을 키워나가는 단계이지만, 아마 후작중 한권은 좀더 본격적인 박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정도로 복선을 깔아두었는데 그냥 지나칠 작가는 아닌것 같고..

  주인공인 청전의 회상조도 왠지 가슴에 오래 남는다. 중간 중간 회상조로 기술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특히 본문에 서술하고 있는 지인들이 죽고 백탑파의 꿈이 흩어진 '지금'의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만 역시 읽으면서 즐거운 부분이 더 많았다. 우선 생소하고도 좋은 어감의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여 옛 대화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것. 일일히 괄호를 달아 뜻을 해석해 놓아서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는 없었다. 그 중 몇개는 적어놓고 나중에 써먹고 싶을 정도로... 또 확실히 작가가 영상물을 염두에두고 글을 쓰고 있다고 한 만큼, 배경이나 상황묘사가 너무나 아름답게 나온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18세기 조선에서 살고있는것만 같다. 아니, 실제로 너무 살아보고싶다.
 
  게다가 화광과 청전의 사귐이 더 깊어진 것이 무엇보다 가장 흐뭇하다. 시대를 떠나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중의 하나인 우정과 같은 요소는 소설의 즐거움을 두배로 늘려준다. 그리고 그밖에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는것으로 보아 화광은 결혼을 안한것이 아닐까? (실제로 화광은 자신의 아이가 자신과같은 서얼의 슬픔을 맛보게 하기 싫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고 ) 청전은 확실히 전편에서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다고 나오지만....  작가의 흐름에 독자는 쫓아가기 바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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