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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0 중세 영국의 정치적 소용돌이 - 성 베드로 축일장

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축일장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북하우스

  캐드펠 시리즈의 네번째 성 베드로 축일장에선 드디어 정치적 갈등과 얽힌 사건이 시작된다. 이미 두번째 권 99번째 죽음을 통해 스티븐 왕과 모드황후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루즈베리는 왕의 충직한 휴 버링가와 함께 스티븐 왕의 영토가 되었고, 모드 황후의 측근들은 모두 축출당했다.

 캐드펠 시리즈의 묘미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중세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즈)의 생활사를 실감나는 묘사로 표현한것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흐름또한 정확하게 포착한 것에 있다. 엘리스 피터스는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12세기 초반의, 단일한 왕이 지배하던 시기도 아닌 그것도 내전기를 무대로 잡음으로써 혼란스러운 상황을 작품에 교묘하게 이용한다.

 때때로 정치에 무관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비해, 이 당시 영국인들에게 정치는 뼈속까지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물론 일반 민중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켜주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자면 누구든 상관없었겠지만, 그렇기에 비로소 누구편을 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상인, 귀족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 상당수는 정치적인 부분이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 베드로 축일장'은 그야말로 정치적 사건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이번 권에서는 왕과 황후 사이의 정치 스파이들의 은밀하고도 숨막히는 이야기가 그 중점이다. 이야기 중심에 있는 인물도 있고 조용히 암시만 주고 사라지는 인물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인물에게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것이 독자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다는듯한 평온한 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에서 매년 개최하는)이지만 그 혼잡한 틈을 타 더욱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번권에 드러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것은 쉬운편에 속한다. 별로 추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건의 얼개를 찾아내고 정치적 흐름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는가를 지켜보는것은 상당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결코 정치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회에서, 그러나 명목상으로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정치적 중립인 캐드펠과 함께,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또 한명의 인간을 구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부임해온 합리적인 라덜푸스 원장 (앞으로 캐드펠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과 성내 주민들과의 소소한 갈등과 그 해결도, 마지막에 슬며시 웃음짓게하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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