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팩션 | 2 ARTICLE FOUND

  1. 2009.12.11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한
  2. 2009.09.22 영상화가 기대되는 작품

마키아벨리 의정서 1마키아벨리 의정서 1 - 10점
앨런 폴섬 지음, 하현길 옮김/시공사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사실은 완벽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메뉴얼-의정서를 만들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앨런 폴섬의 '마키아벨리 의정서'는, 그 의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종의 비밀결사가 현대에도 여전히 세계 정세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음모론 가득한 팩션 스릴러다.

 친구의 죽음으로 음모 한가운데 말려드는 전직 형사인 마틴 (전형적인 스릴러 주인공 1)과 의문의 조력자(?) 여인 데미(전형적인 스릴러 주인공 2) 그리고 조금은 이 소설을 재밌게 만들어주는데 일조하는 굉장한 먼치킨인 미 대통령 해리스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소설의 전반부는 마틴과 해리스가 비슷한 시각,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점점 음모의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부분을 담고있다.

 솔직히 말해서 굳이 '마키아벨리' 운운할 필요가 있나 싶을정도로 (군주론을 썼을 뿐인 마키아벨리에게 미안할 정도이다. 저자는 군주론을 읽긴했을까?) 팩션이란 수식어를 붙여주긴 아까운, 거의 그냥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다.

 단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면서 '다음'이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만은 인정할 만 하다. 다소 케릭터들이 평면적이고 또 먼치킨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으나 작가가 짜놓은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진도가 다 나가있다. 날짜및 시간-분단위로 나뉘어진 챕터 또한 긴박감을 더하고 있으며 미-서유럽전역을 배경으로 하면서 군데군데 장면묘사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개인적으로 스릴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시각'적인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스릴러는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 앨런 폴섬 역시 '마키아벨리 의정서'로 처음 접했는데 굉장히 쉽게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너무도 헐리우드적인(그렇다 헐리우드!) 설정과 쉽게 흘러가는 흐름에 좀 웃기도 했는데 중간부터 이게 작가의 내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집중하면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유명한 대표작들도 기회가 닿는대로 읽을 예정이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12-11T03:10:56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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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1신의 달력 1 - 10점
장용민 지음/시공사

 장용민씨의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분명 봤는데 시간이 독인지 이제와서는 자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부분부분의 장면만이 뇌리에 남았을 뿐이지만 그 상상력은 정말이지 높이 사줄만했다. 전작에서 흡사 한국판 '인디아나존스'를 떠올릴만한 팩션 스릴러로 그가 이름을 알렸다면 이번에도 무대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장르의 작품으로 다시 그가 돌아왔다.

 일단 신의 달력을 처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소설에서 느껴지는 영상미가 뛰어나다는점. 작가가 다매체화-특히 영상화를 노리고 썼다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는데 챕터별 구성이 마치 하나의 씬(scene)을 보는것과 같이 적절한 완급조절이 되어있다. 하나하나의 묘사 또한 굉장히 뛰어나서 지리적인 자료조사를 상세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나 프라하의 뒷골목에 대한 묘사같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영상화가 기대된다는 의미)

 솔직히 말하면 세번째 챕터부터 지나가는 단어로 일본 라멘집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한다는 언급이 나오는걸 보고 무슨 헐리웃 영화에 조연으로 동양인을 꼭 등장시켜야겠다는 일종의 강박과 같은것을 느끼기도 했다.

 하여튼 꼭 영상물 제작을 위한것 뿐만이 아니라도 해외수출용으로 제작됐다는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이,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들을 가지고 이처럼 쓰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굉장히 그들의 정서에 맞는 대사처리, 심리묘사가 정말 잘 번역된 외국소설을 읽고있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판에서는 느낄수 없는, 국내 '작가'의 매끄러운 대사 전달력이 읽는데 어색하지 않게 소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나 내용전개에 있어서 '팩션'으로서 필요한 적절한 역사적 지식과 그것을 깨는 발상의 전환, 점차 스릴러형식으로 진행되며 점증되어 전개되는 구조는 정말 순식간에 작품을 읽게 한다.

 그러나 역시나 아쉬운것이 있다면, 이 작품 이전에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남 주인공, 조력자 여 주인공, 게다가 예수와 관련된 클리셰는 솔직히 말해서 좀 진부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주인공이 사건에 끼어들게 만드는 당위성을 부여하느라 그의 과거(딸의죽음)를 야심차게 설정하고, 기호학자 보다야 전직 역사학자-현직 탐정이라는 직업이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는 보다 설득력이 있긴 했지만 작품 내내 '이거 어디서 본듯하다' 는 느낌을 지워 버릴 수는 없었다. 작가가 자세한 역사적 배경의 설명을 하기위해 주인공의 입을 빌려 구구절절 떠드는 것도 그렇고.

 작가가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의식안할 수는 없었을것이다. 어지간히 화제가 됐어야지. 분명 차별화를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을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된것같다. 소재가 비슷하다는 점 보다도, 인물 설정이나 사건의 전개과정(특히 '스트라호프 도서관'씬은 천사와 악마의 '바티칸 도서관'씬이 자꾸 오버랩됐다)이 비슷한게 자꾸 눈에 밟혔다. (게다가 그놈의 교황청과 이단집단은 여기저기 등장하시느라 여간 한가한게 아닌것같다)

 그래도 역시 소설의 흐름이나 이야기의 몰입도 면에서는 이 책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싶다. 장르소설계의 거의 절대적인 명제중 하나인 '재미'면에서는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으니. 자꾸 댄 브라운과 비교해서 미안할 정도긴한데, 그의 작품보다 덜 지루하고 훨씬더 읽기 쉬우며 소름끼치게 신난다는 점은 칭찬하기에 충분하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9-22T07:48: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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