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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4 교수님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쿠오바디스 한국경제 - 10점
이준구 지음/푸른숲

  이 책에도 실려있는, 예전에 이준구 교수가 한겨례에 기고한 대운하 관련 사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창 대운하 관련 찬반이 설왕설래 하던 때인데, 우리나라 미시경제학의 대표적 저자중 한명인 이준구 교수가 딱 잘라 현 정부의 토목건설식 경제부양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서 조금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놀랄것도 없는 이야기고, 그가 말하는것처럼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그 당시 한국 경제학자들에 대한 답답함이 쌓여있었다는 이야기다. 미국발 경제위기도, 신뢰성을 잃은 정부 정책도 답답한건 마찬가지였지만 무엇보다 잘못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된 지적을 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이 가장 화가났던 시기였다. 오죽하면 미네르바가 그리 화제가 되었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적 이론이 뒷받침된 현실 진단을 바라고 있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점과 방향 제시를 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전문적인 학술서적은 아니고, 한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여러가지 정책들에 대한 시론 모음집이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신문이나 잡지등에 기고했던 이준구 교수의 말들을 주제별로 엮어서 묶어놓은 것이라 어느 한 문제에 대한 자세한 진단보다는 그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짧은 지면안에 하고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하므로 때로는 감정적인 표현이나 추측성 문장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강렬하게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같은 시기에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하고, 후학들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대운하, 부동산시장 및 종부세, 2008년의 경제정책, 교육정책, 그 외 신자유주의 및 한국 사회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나눠볼 수 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대체로 사설 수준의 이야기 전개로 경제학적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문장의 전개나 표현의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주장이 충분히 드러나게 논리적으로 전개한 글들이라고 생각한다. 한미 FTA 파트는 조금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좌빨이라고 '매도하는' (그렇다, 매도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듯(?) 시장주의자의 입장임을 강조하려 넣은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파트는 주택문제와 종부세 관련한 입장 표명이다.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수요측에 있다는 진단과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종부세의 장점을 설명한 파트는, 내가 그동안 궁금했지만 알지못해 자세히 논리를 세울 수 없었던 2%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헌재의 종부세 위헌판결에 대해서도 '결혼중립성'과 '수평적 공평성'을 들어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명쾌했다. 그리고 시장근본주의자들을 향한 시장주의자의 경고 또한 인상적이었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규제실패에서 찾는 시장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시장주의자로서의 일성은 솔직히 말하면 매우 통쾌하기 까지 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시장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국내의 저명한 재정학자중 한사람으로서 이준구 교수의 여러가지 정책들에 대한 평가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기본적인 경제지식은 갖추고 있으나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 혹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데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어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싶은 책이다.

 한사람의 학자로서 학술 연구와 후학양성에만 힘쓰고 싶을 텐데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렇게 펜을 들 수밖에 없던 이준구 교수의 답답함이 눈에 보이는것만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던 한 권이기도 했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6-24T12:20:08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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