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2하울의 움직이는 성 2 - 10점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수첩리틀북스

  소설을 다 읽고나서 무언가 표현할 말을 찾고 싶어 책을 뒤지다 찾아낸것은 바로 '상상력이 창조한 따뜻한 세계'라는 말. 다름아닌 역자의말 제목이다. 정말 덜도 더도 아니고 저말 대로의 소설. 읽고나서 가슴이 따뜻해 지는것을 느꼈다. 1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보았을때도 잠시 저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은데, 아무래도 소설쪽이 여운은 더 깊이 남는다.

  뭐랄까, 느슨한듯 보이는 구성이지만 실제로는 꽉 짜여져 있달까, 밋밋한듯 보이면서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2권 마지막에 압둘라와 밤의꽃과 비어트리스공주와 저스틴왕자와 소피와 하울과 캘시퍼와 달젤과 하스루엘과 발레리아공주와 모건의 난장판은 더없이 극적인 부분으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로써 전혀 손색이 없다. 읽고 난 뒤에도 너무너무 즐거워서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어쩜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을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심지어 우울한 대목에서도 캐릭터들의 생기발랄함이 다음을 재촉한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어째서 웃음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건지, 어쩜 이렇게 다들 위트가 넘치는건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2권에서는 특히, 마지막 반전이 너무 생각치도 못한것이어서.. 아직도 솔직히 어벙벙한 상태. 2권은 1권과 장소만 비슷하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를 해줄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악인이 없다.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을 대로 할 뿐. 그렇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결국은 책임을 지게 마련이고, 그 책임마저도 기꺼이 감수하는것이 또 캐릭터들의 멋진점이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왠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제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용감하다. 용감한 행동에 언제나 보상이 있을 수 만은 없지만 적어도 작가만큼은 용감한 그들의 행동에 모두 적당한 보상을 해줬다는 점에서, 따뜻한 작가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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