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나이트뱀파이어 나이트 - 10점
김이환 지음/로크미디어

 뱀파이어 나이트는 콜린님이 홈페이지 닫기 바로 전에 연재분(?)으로 조금 읽었던 작품이다. 앞부분만 봐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던 작품이라 어떻게 출판될지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전체적으로 내 기대를 아주 잘 충족시켜주었던 작품.

 혹자는 단권으로 나와 좀더 시리즈물로 이어질 수있는 전개를 급하게 끝냈다는 평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단권으로 끝나서 더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권으로 보여주기엔 주인공 기사님의 다크한 매력이 덜 하다고 해야하나. 건조한 어투나, 자비없이 뱀파이어를 천국으로 보내는 행동은 꽤 다크할지도 모르겠는데 데이비드 와의 대화나; 무엇보다 총질을 못한다는거ㅋㅋ 그의 전직(?) 등등 큣흐 한 매력이 더 강했던 주인공. 물론 작가가 설정하기 나름이겠지만 길어져봤자 뱀파이어 사냥 이야기만 더 늘어났을것 같기도 하고...

 나는 초반 콜린님의 실험적인 이미지를 꽤 좋아하는 팬인데 뱀파이어 나이트를 읽고 문득, 이 사람의 필체가 어느덧(?) 아주 무난하게 읽히는 수준까지 왔구나 라는 소회가 들었다. 물론 세세한 설정- 기린이라던가 바나나라던가 천국의 변화라던가.. 뱀파이어 국가라던가 하는 거에서는 여전히 콜린님의 기발한 센스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다크하고 자극적인 매력度로 평가하자면 에비터젠의 유령이나 정크보다는 무난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길이나 오후다섯시의 외계인보다는 좋았던, 나름 '내가 평가하는' 콜린님 작품중에서는 중용을 지켰던 작품이었다.
http://senillia.tistory.com2011-05-17T16:13:1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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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의 경험

리뷰/소설 2010. 6. 10. 15:53
멀리 가는 이야기멀리 가는 이야기 - 10점
김보영 지음/행복한책읽기


 김보영님의 글은(특히 SF) 굉장히 이성적인 인물들이 이성적인 이야기를 하고있지만 그 본질은 너무나도 감성적이며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인류애적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 그러한 김보영님의 글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것이 '멀리가는 이야기'안에 실린 촉각의 경험이라는 단편이다. 처음 촉각의 경험으로 김보영님을 접했을때 건조한 문체 속에서 피어나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어찌보면 단순하기까지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다는것- 그것을 한국 SF 작가에게서 느꼈다는것이 너무나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순간 만큼은 어슐러 르귄이 부럽지 않았다.

 처음 거울의 종이책으로 그녀의 단편집을 소장할 수 있었을때 정말 소중히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구성 그대로 정식출판이 되었다는것 자체가 참으로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또다른 단편들을 모은 진화신화 역시, 한국 소설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봐야할 한권이다.
http://senillia.tistory.com2010-06-10T06:53:1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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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 블레이즈 7크래시 블레이즈 7 - 10점
카야타 스나코 지음, 박용국 옮김, 스즈키 리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언제까지 계속되었으면 하는 금쥐 은쥐 흑쥐 그리고 괴수 부부와 스페셜리스트들의 이야기. 이젠 그만해..! 이 먼치킨들아! 라고 외치지만 끊임없이 다음화를 갈구하는 독자들을 위해 카야타 월드는 계속된다.! 근데 NT에서 요즘 사정이 안좋은건지 드디어 7000원이 되었다.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점점 멀어지고있지만... 이젠 라노베마저 이 가격에 봐야만 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하여튼 저번편에 리 일행이 나왔다면 이번 편은 철저히 괴수 부부... 그것도 빨간 괴수가 중심이 되는 편이다. 오랜만에 전적으로 스칼렛 위저드를 보는 느낌이라 신선하고 또 즐거웠다.
http://senillia.tistory.com2010-06-10T06:22:5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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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10점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2편의 리뷰에는 드라마화에 대해 조금 써볼까 한다. 2010년 5월부터 사전제작 들어가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성균관 스캔들이 믹키유천 주연 캐스팅으로 정식 발표 되었다. 4월말에는 송중기까지 캐스팅되어 잘금4인방에 대한 기대를 더더욱 높여주고 있는데, 아직 캐스팅되지 않은 나머지 두 인물에 대한 궁금증까지 증폭하게 만든다.

  아직 제작도 들어가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이래 저래 말을 하는것은 조금 이르지만, 원작의 팬으로서 한가지 하고싶은말은 원작을 뛰어넘는 2차 컨텐츠로서의 역할을 드라마가 톡톡히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원작만을 그대로 반영하는것 또한 나름의 매력이 있겠으나 드라마라면 영상화만의 매력을 살려야 하는것이 아닐까.

 부디 노련한 작가와 감독의 페어플레이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연기자들도 혼신의 연기를 해주기를 바라며) 성균관 스캔들(가제)의 성공을 기원한다.
http://senillia.tistory.com2010-04-26T09:48:05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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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10점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성균관은 읽은지 꽤 됐는데 규장각을 읽은게 아마 작년이었던가. 이 시리즈는 굳이 감상을 쓰고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시리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3부가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해서 기원삼아 쓴다.
 
 컨셉자체는 흔하디 흔한 전형적인 남장여자 스토리긴한데 배경-특히 장소적 특성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잡았고, 나름 작가의 글쓰기를 위한 공부가 굉장히 많이 되어있는걸 느껴서 즐겁게 읽었다. 무엇보다 로맨스 소설에서 로맨스만이 중심이 되지 않는다는 점 - 이점이 가장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사랑만이 중심인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내 취향을 굉장히 만족시켰다.
 
 나, 세세한 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책이 말하는게 고증면에서 맞다면(맞겠지만) 과거 관련 시험제도에 관해서는 확실히 지식적으로 도움이 됐다. 성균관이 학원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지)의 정석을 따라가고 있는것에 비해 규장각에서는 본격 리맨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지ㅋㅋ)로 돌입하면서 홍벽서에 대한 갈등이 심화-해소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사랑자체가 주요 갈등의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시리즈의 매력을 더했다. 비슷한 남장여자 물로는 왠지모르게 성 하이퍼 경비대가 떠올랐는데 성균관쪽이 좀더 짧고 강렬하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가장 좋았던 케릭터는 의외로 정조였는데, 너무 설득력있어서 무서울 정도였다. 백탑파 시리즈에서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진행상 아쉬웠던점은 윤희가 윤식과 바꿔치기 하는게 그렇게 쉬운일인가!? 싶을정도로 다들 별로 어렵지않게 생각하는점(이 점때문에 3부가 꼭 나왔으면 한다. 별로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만. 그리고 윤희가 여자로 돌아가는순간 이 시리즈의 매력은 급감하는것이 아닌가. 뒷방에서 정사를 다룰것도 아니고 다룬다면 그것도 웃기고) 그리고 재신의 마음이 윤희에게 끝까지 제대로!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점이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로맨스의 묘미는 제대로된 3각관계 아닌가.
http://senillia.tistory.com2010-04-26T09:45:1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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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타워 3 - 상다크 타워 3 - 상 - 10점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평생가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스티븐 킹을 새삼스럽게 다크타워라는 판타지로 입문하게 될 줄이야. 아마 이번에 재출간되지 않았으면 그가 다크타워를 썼다는것 자체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결과부터 말하자면 스티븐킹의 입문작으로 나에게 선택된 '다크타워'는 내게 스티븐킹을 친숙하게 만드는 가교로서 충분히 작용했다. 

 다크타워는 '뱀파이어 헌터D'와 '앰버연대기', 거기에 특유의 황량함이 '듄'까지 생각나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 시기적으로 뒤에 출판된 '뱀파이어헌터D'가 '다크타워'의 영향을 꽤 받은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둘의 느낌이 비슷했는데 키쿠치 히데유키의 '마계도시'시리즈를 생각하면 키쿠치가 스티븐킹을 배꼈다기 보단 원래 이 사람 스타일이 그런것 같긴 하다. 하여튼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 고독한 히어로라던가 서부의 황량함이 느껴지는 묘사들이나 소재도 그렇고. 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톨킨의 북구유럽적 판타지에 반항하며(? 그렇다고 싫다는것이 아니라 색다른것을 추구하고 싶었던) 태어난 총잡이는 그당시에는 굉장히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앰버나 마계도시- 우리나라로 치면 월야환담의 배경에서 나오는 매력을 작가는 서부 황야와 20세기 후반의 뉴욕에서 느꼈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이러한 배경은 지구의 20세기와 총잡이가 있는 중간세계를 오가며 더욱더 리얼한 맛을 더해준다. 중간세계는 환상이자 환상이 아니며 지구는 현실이자 현실이 아니다.

 초반의 고독한 히어로는 얼마 안있어 '파티'를 구성한다. 모르도르는 다크타워가 되고 반지원정대는 '카텟'이 되어 세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시리즈의 초반부에서 다소 냉정하고 세계의 질서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다크히어로 같았던 총잡이는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어느새 고귀한 기사가 되어 파티의 중심부에 자리잡는다. 그의 곁을 지키는것은 마찬가지로 총명하지만 이중인격을 안고있는 장애인(정신일까 신체일까) 여인, 다소 가벼워보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고결한 마음을 지닌 청년, 천진난만하면서도 기민함과 총명함에 있어서는 어느 파티원에도 지지않는 소년이다. 작가의 황무지는 톨킨만큼 고전적이며 동시에 굉장히 현대적이다. 원정은 원정이되 현대식의 원정.

 3권을 읽으면서 가장 당황한 동시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환상과 상징, 계시의 범람이었다. 마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한듯 정신없고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비현실적이고 마법같은 설정이 마구마구 튀어나온다. 그런가 하면 '변질'되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속의 컴퓨터와 기계장치, 다크타워 판 스핑크스인 기차 블레인은 중간세계의 여정 내내 느끼는 그로테스크 함을 보다 강화시킨다. 시리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어느 SF에서 나오는 묘사에도 지지 않을만큼의) 변질되어가는 생태계와 인간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3권에서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할 지경이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앰버연대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보다도 더한 멀미가 난다. 도대체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한 감을 못잡겠다. 온갖 장르적 요소는 다 갖춘 이 소설을 '판타지'라고 규정하는게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다. 스티븐킹이 원래 이렇게 묘사에 충실한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묘사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영화화가 됐을때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듯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크타워 시리즈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스케일이 광대하다. 다른 작품들과 교집합이 있다기 보다는 다크타워 자체가 커다란 합집합을 이루고 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작가가 의도한대로 독자가 기나긴 시간감과 광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것에는 성공한듯 싶다. 물론 내용면에 있어서도 괜히 작가가 30년이나 공들여썼다고 오버하듯 말하는게 아니다. 일단 3권까지 읽고 난 지금의 마음은 그렇다. 적어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나자 총잡이가 뒤를 쫓았다." 이 한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겠다는것.
http://senillia.tistory.com2010-02-18T13:30:4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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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의정서 1마키아벨리 의정서 1 - 10점
앨런 폴섬 지음, 하현길 옮김/시공사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사실은 완벽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메뉴얼-의정서를 만들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앨런 폴섬의 '마키아벨리 의정서'는, 그 의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종의 비밀결사가 현대에도 여전히 세계 정세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음모론 가득한 팩션 스릴러다.

 친구의 죽음으로 음모 한가운데 말려드는 전직 형사인 마틴 (전형적인 스릴러 주인공 1)과 의문의 조력자(?) 여인 데미(전형적인 스릴러 주인공 2) 그리고 조금은 이 소설을 재밌게 만들어주는데 일조하는 굉장한 먼치킨인 미 대통령 해리스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소설의 전반부는 마틴과 해리스가 비슷한 시각,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점점 음모의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부분을 담고있다.

 솔직히 말해서 굳이 '마키아벨리' 운운할 필요가 있나 싶을정도로 (군주론을 썼을 뿐인 마키아벨리에게 미안할 정도이다. 저자는 군주론을 읽긴했을까?) 팩션이란 수식어를 붙여주긴 아까운, 거의 그냥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다.

 단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면서 '다음'이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만은 인정할 만 하다. 다소 케릭터들이 평면적이고 또 먼치킨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으나 작가가 짜놓은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진도가 다 나가있다. 날짜및 시간-분단위로 나뉘어진 챕터 또한 긴박감을 더하고 있으며 미-서유럽전역을 배경으로 하면서 군데군데 장면묘사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개인적으로 스릴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시각'적인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스릴러는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 앨런 폴섬 역시 '마키아벨리 의정서'로 처음 접했는데 굉장히 쉽게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너무도 헐리우드적인(그렇다 헐리우드!) 설정과 쉽게 흘러가는 흐름에 좀 웃기도 했는데 중간부터 이게 작가의 내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집중하면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유명한 대표작들도 기회가 닿는대로 읽을 예정이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12-11T03:10:56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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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7홍염의 성좌 7 - 10점
아울 지음/청어람(뿔)

 겨울성의 열쇠까지만 해도 그녀를 최고의 반열에 넣기는 조금 아쉬웠는데 홍염의 성좌를 필두로한 이 클로니클이 공개되며 과감히 그녀를 한국 판타지계 최고의 반열에 넣는다. 특히 클로니클의 핵심을 이루고있는 홍염의 성좌는 그녀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작품으로, 글의 전체적인 짜임새, 캐릭터의 독창성, 심리 묘사, 작가의 의도 이 모든것이 훌륭하게 맞아떨어진 걸작이다.

분량탓인지 앞부분이 연재분과 조금 달라진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더 탄탄해졌다. 복수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클리셰를 이정도로까지 본인의 역량으로 멋지게 탈바꿈시킨 아울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홍염의 성좌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 연결된 세계관의 다른 작품까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홍염의 성좌를 뛰어넘을 더 좋은 작품으로 아울님과 만나고싶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10-21T11:19:2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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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1신의 달력 1 - 10점
장용민 지음/시공사

 장용민씨의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분명 봤는데 시간이 독인지 이제와서는 자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부분부분의 장면만이 뇌리에 남았을 뿐이지만 그 상상력은 정말이지 높이 사줄만했다. 전작에서 흡사 한국판 '인디아나존스'를 떠올릴만한 팩션 스릴러로 그가 이름을 알렸다면 이번에도 무대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장르의 작품으로 다시 그가 돌아왔다.

 일단 신의 달력을 처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소설에서 느껴지는 영상미가 뛰어나다는점. 작가가 다매체화-특히 영상화를 노리고 썼다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는데 챕터별 구성이 마치 하나의 씬(scene)을 보는것과 같이 적절한 완급조절이 되어있다. 하나하나의 묘사 또한 굉장히 뛰어나서 지리적인 자료조사를 상세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나 프라하의 뒷골목에 대한 묘사같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영상화가 기대된다는 의미)

 솔직히 말하면 세번째 챕터부터 지나가는 단어로 일본 라멘집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한다는 언급이 나오는걸 보고 무슨 헐리웃 영화에 조연으로 동양인을 꼭 등장시켜야겠다는 일종의 강박과 같은것을 느끼기도 했다.

 하여튼 꼭 영상물 제작을 위한것 뿐만이 아니라도 해외수출용으로 제작됐다는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이, 한국인이 아닌 주인공들을 가지고 이처럼 쓰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굉장히 그들의 정서에 맞는 대사처리, 심리묘사가 정말 잘 번역된 외국소설을 읽고있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판에서는 느낄수 없는, 국내 '작가'의 매끄러운 대사 전달력이 읽는데 어색하지 않게 소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나 내용전개에 있어서 '팩션'으로서 필요한 적절한 역사적 지식과 그것을 깨는 발상의 전환, 점차 스릴러형식으로 진행되며 점증되어 전개되는 구조는 정말 순식간에 작품을 읽게 한다.

 그러나 역시나 아쉬운것이 있다면, 이 작품 이전에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남 주인공, 조력자 여 주인공, 게다가 예수와 관련된 클리셰는 솔직히 말해서 좀 진부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주인공이 사건에 끼어들게 만드는 당위성을 부여하느라 그의 과거(딸의죽음)를 야심차게 설정하고, 기호학자 보다야 전직 역사학자-현직 탐정이라는 직업이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는 보다 설득력이 있긴 했지만 작품 내내 '이거 어디서 본듯하다' 는 느낌을 지워 버릴 수는 없었다. 작가가 자세한 역사적 배경의 설명을 하기위해 주인공의 입을 빌려 구구절절 떠드는 것도 그렇고.

 작가가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의식안할 수는 없었을것이다. 어지간히 화제가 됐어야지. 분명 차별화를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을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된것같다. 소재가 비슷하다는 점 보다도, 인물 설정이나 사건의 전개과정(특히 '스트라호프 도서관'씬은 천사와 악마의 '바티칸 도서관'씬이 자꾸 오버랩됐다)이 비슷한게 자꾸 눈에 밟혔다. (게다가 그놈의 교황청과 이단집단은 여기저기 등장하시느라 여간 한가한게 아닌것같다)

 그래도 역시 소설의 흐름이나 이야기의 몰입도 면에서는 이 책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싶다. 장르소설계의 거의 절대적인 명제중 하나인 '재미'면에서는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으니. 자꾸 댄 브라운과 비교해서 미안할 정도긴한데, 그의 작품보다 덜 지루하고 훨씬더 읽기 쉬우며 소름끼치게 신난다는 점은 칭찬하기에 충분하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9-22T07:48:20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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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다!

리뷰/소설 2009. 9. 14. 19:37
앞에는 마가 붙는 쇠창살!앞에는 마가 붙는 쇠창살! - 10점
타카바야시 토모 지음, 마츠모토 테마리 그림/서울문화사(만화)
드디어 번역본이 나왔다. 일단 눈물좀 닦고.... 모든것의 뒷편에는 진왕이 있다! 하지만 우리 진왕님도 사실 알고보면 데레데레 츤데레 헤타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리는 언제쯤 평화롭게 집에 갈수있을것인가... ㅠ_ㅠ
http://senillia.tistory.com2009-09-14T10:37:5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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