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Narnia) 연대기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소설가인 C.S 루이스가 일생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창작한 동화 시리즈 이다. 내가 읽은 번역본은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나니아 나라 이야기' 로, 영화의 유명세를 타고 요 근래 합본도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로 골라 볼 수있는 이 7권짜리 번역본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원서의 삽화를 그대로 살리고 있고 무엇보다 '연대기 순서'대로 실려있는 합본으로 보다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는 꼭 차례대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읽는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한번 차례대로 읽다가 완독을 포기한 전적이 있기도 하거니와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읽는것이 작가의 의도를 더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선도 찾아볼 수 있고 외전의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어 읽는사람의 흥미를 유발한다. 아래는 출판된 년도와 연대기 순서, 그리고 원제이다.

1950년 (2)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1951년 (4) Prince Caspian
1952년 (5) The Voyage of the Dawn Treader
1953년 (6) The Silver Chair
1954년 (3) The Horse and His Boy
1955년 (1) The Magician's Nephew
1956년 (7) The Last Battle
(출처:http://myhome.naver.com/bergk/newdesign/home.htm)

  시공주니어판 제목으로 보자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캐스피언 왕자 -> 새벽출정호의 항해 -> 은 의자 ->말과 소년 -> 마법사의 조카 -> 마지막 전투, 이 순서로 출판이 되었고 나 또한 이 순서대로 완독했다.
  그러나 연대기의 순서대로 보자면 마법사의 조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말과 소년 -> 캐스피언 왕자 ->새벽출정호의 항해 -> 은 의자 -> 마지막 전투, 가 될 것이다.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 마음이지만 외전읽기를 좋아하고 작가의 필력 증진(?)을 느끼고 싶다면 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연대기 순서대로 안읽으면 헷갈릴 수도 있다고? 그럴 걱정은 마시라. 각 권마다 어느 시대인지 충분히 작가의 설명이 들어가 있고 시공 주니어 판에는 뒤에 연대기가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읽지 않은 부분의 연대에 대해서는 조금 내용유출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읽고있는 책 부분만 살펴본다면 그럴 염려는 없다. 그리고 커다랗게 놓고보면 나니아 세계의 탄생과 멸망이라는 큰 흐름속에 이야기들이 있지만, 각 권은 독립된 이야기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내용이 씌여져 있다. 즉, 그다지 연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다만 모든 권을 총괄하는 '마지막 전투'만은 맨 마지막에 읽기를 권한다. 전권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이므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보는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혹자는 '나니아 연대기'를 두고 '동화를 위장한 전도서'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이 시리즈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있다. 나 자신도 각 권마다 숨어있는 기독교적 상징을 찾아내는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을 정도로 많은 요소가 기독교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있다. 그러나 이 책을 기독교 책이라고만 하기엔 그 풍부한 상상력이 아깝다. 일단 신화적 동물들과 마법의 등장은 기독교 냄새를 없애는데 큰 작용을 한다. 게다가 반드시 기독교라고는 할 수 없는 진리. 우주를 통틀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진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독교로 한정하기에는 너무 편협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나니아라는 대륙의 창조에서 멸망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진리가 거짓을 이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뭐 독자가 악의 추종자라면 나도 할말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관점에서..)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내가 어렸을때 읽은 책이고, 또 제일 많이 읽은 책이기도 하다. 연대기의 첫 권이라서 그런지 루이스도 많은 복선을 깔아두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페번시 가문의 네 아이들이 우연히 노 교수의 집에서 옷장을 통해 나니아를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나니아 대륙의 신비함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다른 책에 비해 나니아 대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고 여러 종족들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오랫동안 존재하던 악을 물리치고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 나니아 세계를 구원한다는 구세주의 개념, 그리고 세계의 신으로 등장하는 아슬란이 처음 등장하는것도 이 권에서이다. 이 권에서 아슬란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잇김을 통한 재생을 나타내며 선한 자에게는 용기를, 악한 자에게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존재로 등장하게 된다. 나니아 시리즈의 전 권이 모험 이야기 이지만 이 권은 특히나 나니아 세계로 가는 첫 여행으로써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페번시가의 네 아이들과 함께 옷장에서 나오면서 나니아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될 것이다.

 
캐스피언 왕자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캐스피언 왕자, 이 책은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아주 감명깊게 본 독자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페번시가의 네 아이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실과 다른 시간이 적용되는 나니아의 시스템을 확실히 인지하게 될 것이다. 이번 권은 무려 세권에 걸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인 캐스피언 왕자가 첫 등장하여 왕위를 탈환하는 이야기이다. 이 시대는 신화가 사라지고, 과거 네 아이들이 다스리던 황금 시대가 잊혀져가던 때이다. 이번 권을 통해 독자들은 신화세계와 나니아의 부활을 경험하고, 옷장 말고도 나니아로 통하는 길이 여럿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새벽 출정호의 항해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이 권부터 나니아 세계는 크게 확장된다. 여태까지는 나니아가 대륙의 전부처럼 느껴졌다면 이젠 나니아가 아닌 다른 여러 나라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또한 바다를 통한 모험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신밧드의 모험같달까. 무엇이 나타날 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도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캐스피언과 에드먼드, 루시 그리고 유스터스의 용기를 독자는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권에서는 현실에서 나니아로 오는 사람중에 유스터스가 포함되는데, 첫장부터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유스터스가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도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이동한다는 생각도 참신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들이 특정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유혹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유혹을 이겨내는지, 그리고 용감한 생쥐 리치피프의 입담도 주의깊게 볼 만 하다.

 
은 의자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은 의자. 전 권에서 크게 성장한 유스터스와 새롭게 등장한 질 폴이 이번 권의 주인공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릴리언 왕자를 구출하는 모험을 통해 두사람 모두 (특히나 질) 모험에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나니아 위쪽의 북쪽 황야를 배경으로, 힘들고 지친 진짜 모험다운 모험을 그들은 하게 된다. 이번 권은 특별히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여러 종족들이 등장해서 짧은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주 나왔던 종족이 아닌 생소한 종족들, 그리고 아슬란이 질에게 준 표지등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더 즐거울 것이다.

 
말과 소년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말과 소년. 이 책은 정말 외전다운 외전이라는 느낌이다. 유일하게 현실세계의 아이가 주인공이 아닌 책이기도 하다. 시기상으로 보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다음인데 정말 그 다음에 안읽어도 상관없다. 다 큰 에드먼드와 수잔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살짝일 뿐이고 주인공은 샤스타라는 소년이다. 이 책에서는 나니아보다는 그 주변 나라인 아챈랜드와 칼로르멘이 등장하면서 다른나라의 문화와 나니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나라끼리의 관계등을 살펴보면서 온 세계관이 확 한눈에 보이는것을 느끼게 된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샤스타와 아라비스, 그리고 두 말들의 모험을 통해 가슴깊이 따뜻한 웃음을 짓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법사의 조카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마법사의 조카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특히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대한 복선이 상당히 많이 깔리게 되는데 옷장, 가로등, 그리고 말하는 동물들, 세계관등이 이때 다 나오게 된다. 물론 노 교수님 까지도. 이 책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와 세계를 잇는 '중간 세계' 의 개념이 등장하고 시리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악'이 어떻게 나니아 세계에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연대기 대부분에 걸쳐 등장하는 잘못과 그에 따른 책임-> 용서 라는 구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도 나온다. 선악과에 대한 비유도 나오고 어떻게 보면 이 권과 마지막권이 가장 기독교적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전투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시공주니어
마지막 전투, 가장 암울하고도 화려한 이야기이다. 나니아의 마지막왕인 정의롭고 용감한 티리언과 유니콘 쥬얼이 등장하며 그들의 마지막을 유스터스와 질이 같이 하게 된다. 이 권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음모와 술수가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여러 인물들과 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더 자세하게 다루어 진다. 가장 전투씬이 화려한 권이기도 하다. 한가지 진실을 놓고 대응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이 있던 나니아는 파괴되며 아슬란을 믿는 동물, 사람들만이 새 나니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여태까지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특히나 새벽출정호의 모험에 나왔던 리치피프 복선이 이 때 활용되는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수잔의 변심과 나머지 인물들의 열차사고로 인한 '죽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타슈를 믿었음에도 진정한 나니아로 가게 된 칼로르멘의 왕자를 통해 루이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번역본 뒤에 있는 롤링의 간담회에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가 점점 어두워져가고있다'라는 질문에 롤링이 '특별히 어두워지고있지는 않다. 1권은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고 뒷통수에 사람의 얼굴이 있는 끔찍한 설정이 나온다'는 대답이 적혀있는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나니아 연대기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되게 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이다. 모든 등장인물은 자신의 죄에 대한 죗값을 치루며 때로는 죽음으로 갚기도 한다. 또한 여러 전쟁씬을 보면 어린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의와 몸을 지키기 위해 심지어 상대방을 죽이기 까지 한다. 유쾌하고 즐거운 모험 이야기 속에 이런 면들을 보게 되면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아랍인인 칼로르멘인들의 모습에서 재밌으면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백인인 나니아인들과 비교하여 야만적인 묘사는 그냥 그렇다고 쳐도 특히나 마지막권에서 그들의 신인 타슈를 악마로 설정한것은 참 많이 안타까웠다. 게다가 타슈와 아슬란을 합친 타슐란의 등장은 동화에서 이런것까지 다루어도 되나.. 할 정도로 상당히 종교적으로 충격적이었다. 좋게좋게 보자면 그 모든건 설정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읽으며 조금 신경이 쓰이더라.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심을 키워주는 동화로, 또 어른들에게는 진정한 진실과 진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로 오랫동안 계속 사랑받아 왔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영화화 된것을 이후로 연대기가 계속 영화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좀더 많은 독자가 생겨서 나니아 세계에 대해 좀더 깊게 서로 이야기해 볼 수있기를 바란다.

  덧// 개인적으로 유스터스가 가장 좋다! 영화에서 만날 고집쟁이 유스터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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