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마도사 1바람의 마도사 1 - 10점
김근우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한국 판타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중에 '바람의 마도사'가 한국 판타지의 장을 열었다는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바람의 마도사'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인터넷'이라는 용어보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가 더 익숙했던 90년대 중반, 판타지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습작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기를 얻은 수많은 작품들이 퇴마록을 필두로 출판이 되었고 그러한 방식은 아직까지도 한국 쟝르 문학 출판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만약 퇴마록을 판타지 쟝르에서 제외한다면, 명실상부한 최초의 판타지 인기작은 이 '바람의 마도사'가 될 것이다. 한국 판타지 문학을 뒤늦게 접한 사람이라면 '드래곤라자'나 '가즈나이트' 같은 작품을 더 먼저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러한 1세대 판타지 작품들중에서도 이 '바람의 마도사'는 특별하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에서 연재한 아마츄어 판타지 문학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으나, 그 중에서도 작품성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는것은 그보다 약간 앞서 출판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1세대 판타지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세다. 먼저 출판되었다는것에 가산점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처음 한국 판타지 문학을 이끌었던 몇몇 작가들은 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바람의 마도사' 역시 그러하다. 지금이야 너무나 익숙하고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설정들이지만, 그 당시에 '정령마법'을 이용한 '마도사'라는 것은 신선한 소재였다. 게다가 '정령마법의 혼합'이라니, 앞으로도 뒤에도 없을만한 발상이다. 또한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적 세계관과 영웅적 인물의 일대기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그 과정또한 순탄하지는 않다. 주인공이 힘을 얻는 과정이 무공 비급을 얻듯 약간의 우연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끊임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고 좌절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주인공의 여정은 현실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바람의 마도사'는 작품성과 재미를 반씩 더한 기본서라고 평하겠다. 근 10년동안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이래저래 좌충우돌 끝에 발전해 왔다. 재미만을 추구한 작품, 작품성에 치중해 흥행에 실패한작품, 수많은 매니아를 낳은 작품등등 엄청난 수의 작품이 출판되고 또 사라져갔다. 그 중에 '바람의 마도사'는 재미와 작품성을 골고루 갖춘, 교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한 영웅의 일대기 형식이라 쉽게 읽히고 5권으로 내용또한 길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이 작품을 잊고 있었을테지만 출판사는 잊지 않고 발매 10년인 지난 2006년에 개정판을 냈다. 북박스로 바뀐것으로 봐서 판권이 넘어갔나보다.

 1세대 판타지의 추억을 느끼고 싶은 사람, 아니면 1세대 판타지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판타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http://senillia.tistory.com2008-08-20T07:14:07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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