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국 이야기 17채운국 이야기 17 - 10점
유키노 사이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점점 중년(?)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이번 권도 남복많은 수려의 -_-;; 힘든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반전도 나오니 긴장하며 보세요~ 16권 일러스트가 좀 많이 화가 나게 하더니 이번에는 번역에 오타가 있네요... 초반과 후반의 번역 느낌도 많이 다르구요. 참 안타깝습니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7-30T20:04:38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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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바람또 다른 바람 - 10점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이지연 옮김/황금가지

 예전에 어스시 3권까지 나오고 발매가 중단되었을때 안타까웠던 기억을 생각해보면 6권까지 발매된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비록 비루한 퀄리티로 르귄 여사에게 혹평을 받은 게드전기지만 생각해보니 게드전기때문에 한국에서도 여기까지 출판된것같아서 참 고맙네요. 현재까지 나온 어스시 시리즈중에서는 마지막권인 '또 다른 바람' 까지 모두 출판해준 황금가지가 참 고맙습니다. 황금가지 사랑해요!!
 
 저번 권은 중단편이었기 때문에.. 장편인 이번권을 얼른 읽어보고싶어요. ^.^
http://senillia.tistory.com2009-07-30T19:35:45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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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마성의 아이 - 10점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북스피어
우선 북스피어 편집부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오노주상의 마성의 아이가 북스피어에서 재발간 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전 번역되었던 마성의 아이는, 무엇보다 번역이 엉망이었다. 그당시에는 구입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고 물론 절판된 이후에도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표지도 예쁘게, 번역도 다시해서 북스피어에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분명 북스피어이니만큼 판형도 예쁘게 나왔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스테리, 호러, 판타지를 넘나들며 인간 심리적 묘사, 사회비판, 정치체제에 대한 분석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보면 볼수록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특히 그녀의 초기 소녀 호러물(?)을 뛰어넘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한 '마성의 아이'는 십이국기와 연동해서 읽어도, 아니면 그 작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호러적 코드의 절묘한 조합이 일품이다.
 
 십이국기의 팬이라면 당연히 구매해야할 책이라고 본다. 혹은 팬이 아니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십이국기를 읽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노 주상을 찬미하게 될거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6-07T06:02:5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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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그린 초상연기로 그린 초상 - 10점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밸린저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이렇게나 이상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처음이다. 서스펜스 이면서도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것과같은 인상이다. 이중으로 전개되는 시점-그것도 시공간을 뛰어넘은-과 담담하게 서술되는 스토리가 극적인 묘사 없이도 절로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찾는자의 입장과 그려지는 자의 입장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마침내 극적인 순간이 찾아왔음에도- 이야기의 즐거움이 반감되지 않고 증폭되는것은 이 소설만이 갖는 매력이라고 하겠다.
 
 이 소설하나로 밸린저를 말하는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의 다른 작품까지 기대되게 만드는 작품이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알 수없는 만족을 준다. 

 참고로 북스피어에서 발간된 작품은 처음 읽는데, 판형이나 제본이 가볍고 깔끔하여 마음에 든다.
http://senillia.tistory.com2009-05-02T21:28:45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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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축일장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북하우스

  캐드펠 시리즈의 네번째 성 베드로 축일장에선 드디어 정치적 갈등과 얽힌 사건이 시작된다. 이미 두번째 권 99번째 죽음을 통해 스티븐 왕과 모드황후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루즈베리는 왕의 충직한 휴 버링가와 함께 스티븐 왕의 영토가 되었고, 모드 황후의 측근들은 모두 축출당했다.

 캐드펠 시리즈의 묘미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중세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즈)의 생활사를 실감나는 묘사로 표현한것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흐름또한 정확하게 포착한 것에 있다. 엘리스 피터스는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12세기 초반의, 단일한 왕이 지배하던 시기도 아닌 그것도 내전기를 무대로 잡음으로써 혼란스러운 상황을 작품에 교묘하게 이용한다.

 때때로 정치에 무관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비해, 이 당시 영국인들에게 정치는 뼈속까지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물론 일반 민중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켜주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자면 누구든 상관없었겠지만, 그렇기에 비로소 누구편을 드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상인, 귀족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 상당수는 정치적인 부분이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 베드로 축일장'은 그야말로 정치적 사건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이번 권에서는 왕과 황후 사이의 정치 스파이들의 은밀하고도 숨막히는 이야기가 그 중점이다. 이야기 중심에 있는 인물도 있고 조용히 암시만 주고 사라지는 인물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인물에게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것이 독자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일도 없다는듯한 평온한 성 베드로 축일장(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에서 매년 개최하는)이지만 그 혼잡한 틈을 타 더욱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번권에 드러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것은 쉬운편에 속한다. 별로 추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건의 얼개를 찾아내고 정치적 흐름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는가를 지켜보는것은 상당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결코 정치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회에서, 그러나 명목상으로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정치적 중립인 캐드펠과 함께,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또 한명의 인간을 구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부임해온 합리적인 라덜푸스 원장 (앞으로 캐드펠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과 성내 주민들과의 소소한 갈등과 그 해결도, 마지막에 슬며시 웃음짓게하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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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블데스노블 - 10점
노현진 지음/로크미디어


   노블레스 클럽을 아는가? 로크미디어에서 최근 밀고있는 장르문학 시리즈다. 시리즈 이름 그대로, 양질과 재미를 모두 갖춘, 그야말로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기존에 인기가 있는 작가와, 혹은 충분히 상업성이 있는 신인작가를 엄선하여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데, 한권분량으로ㅡ 꽉꽉 채워서 한달에 한권정도만 발간한다.

  2000년대 들어 양산되어온 장르문학, 특히 판타지 계열의 낮은 퀄리티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기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양장본으로 다시 낸다던지, 단편선을 출간한다던지,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는 일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로크미디어'에서 나오는 작품들이 상당한 퀄리티와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는것에 주목하고 있었고, 특히 '노블레스 클럽'이 좋은 평을 얻고있는것에 대해서, 이 시리즈의 앞날이 굉장히 밝다고 느낀다. 특히 시리즈물로써 통합장르(로크미디어 측에서는 '경계문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를 추구한다는점이 어떻게 보면 흥행에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장르문학을 꺼려하는 사람이나 특정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단권화'하여 보완하였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데스노블'은 그러한 '노블레스 클럽' 의 여섯번째 시리즈다. 이미 '얼음나무 숲'이나 '라크리모사'같은 작품이 상당히 반응이 좋은 상태에서 전작들의 기대를 안고 나온 첫 '공포물' 이다.

  우리나라 장르계, 특히 한국 SF계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이보다 더 열악한 것이 바로 '호러'부문 일 것이다. 사실 나는 '호러'를 좋아하지 않아서,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조차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는것일 뿐이고, 사실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많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호러' 문학이 그렇게 활성화 되있는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데스노블'의 출판은 정체되어있는 (아니 애초에 제대로 형성되어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한국 '호러'문학에 자그마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데스노블'은 메타픽션(meta-fiction)을 사용한다. 소설안에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소설을 보는 '재원'은 '데스노블'이라는 글을 읽게 되고, 그것이 점차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화 되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사실상 이것이 출판물의 한계긴 하지만 원래 이 소설이 인터넷에 연재되었다는것을 생각할 때 (실제로 작가는 소설속에 나오는 장치를 사용하여 글을 올렸다) 우리는 또다른 '재원'이 되어 '데스노블'을 읽는다.

   필자는 '데스 노블'의 초반부를 읽고 김이환님의 '에비터젠의 유령'을 떠올렸다.
에비터젠의 유령 - 10점
김이환 지음/북하우스


  콜린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시는 김이환님은 얄궂게도 올해 말 역시 같은 '노블레스 클럽'을 통해 책을 출판하신다. '에비터젠의 유령' 역시 액자식 구성을 사용하고있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이 현실화 되어 나타나고, 그것이 다시 다른 매체로 변하여 세상과 세상을 이으며, 경계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2장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소설'의 도입부를 즉각 떠올릴 정도로 '데스 노블'과 구조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일상적인것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공포'를 주는 문학적 특성으로 인해, 그 소재적 측면에서 지금은 상당히 오래된 소설인 '마지막 해커'를 떠올릴 수 있었다. (2008년 8월 정확히 10년만에 재발간되었다)

마지막 해커 - 10점
황유석 지음/두리미디어
 

  물론 내용적인 측면은 전혀 다르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지금은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두 매체가 공포에 이용된다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두 소설에서 모두 엿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호러지만, 오컬트적인 두려움 뿐만아니라 추리의 요소또한 가미되어있다. 처음 데스노블이 단순한 컴퓨터상의 소설이 아닌 염사를 통해 현실화되고, 데스노블에 얽힌 사람들과 함께 데스노블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이다. 따라서 오컬트쪽을 조금 줄이고 스릴러적 요소를 더 많이 채워넣었으면 좋았을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데스노블'은 공포감을 조성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스토리 텔링으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영화로 말하면 기본내용은 재밌는데 편집을 잘못했달까. 하지만 '호러' 장르를 그리 즐겨하지 않는 나로서도 꽤 즐겁게 읽었으니, 개인적으로는 별 세개 정도를 주고 싶다. 노블레스 클럽의 중간다리로써의 역할은 완수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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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계셔 2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23 - 10점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서울문화사(만화)

  코발트 문고의 인기 시리즈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발행 초-중반즈음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물론 지금도 꾸준히 OVA나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라이트노블이다.

  그리고 23권.. 이제 슬슬 늘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사실 개인적으로 챠오! 소렐라 까지가 스토리전개에 무리가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유미가 드릴양을 여동생으로 맞는 이벤트를 위해 앞으로 근 7권정도를 끌게 되는데... 나는 스토리가 길게 이어지는것에는 불만이 없으나, 한권에 수록되는 내용의 양이 적어지고, 한권한권 생겨나는 에피소드가 전체적으로 토코에 묻히는 감이 있는것에는 불만이 있다. 그래 마치 이번권처럼.

  이번권은 유미가 작품내에서 두번째로 맞는 설을 그리고 있다.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치코네 집에서 설날을 보내지만 구성원은 약간 다르다. 마치 장소만 바꾼듯, 다양한 장미들이 즐겁게 노는 광경이 상당히 즐겁게 그려지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정말 즐거운 순간에도 유미는 2% 부족함을 느끼는데....

  유미가 토코를 여동생으로 맞이하는 이번과정은 사실 저번 사치코와의 엇갈림만큼이나 유미에게는 커다란 사건이다. 한권한권 지날때마다 유미가 성장해가는게 뚜렷하게 느껴질만큼 작가는 이 이야기에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다. 다만, 그래도, 질만큼이나 좀더 양적으로 충실하게 될 순 없는걸까. 최근 몇권 계속 양이 너무 허전하다...  20권에서 30권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팬들도 확실히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이 시리즈는 꽤나 잘써진 라이트노블이라고 생각한다. 곧 완결이 되리라 생각되지만 (하지만 작가가 어디까지 그릴지는 모르겠다. 이상태로 보아 유미의 졸업까지 갈것같기도하고;) 그날까지 이 요조숙녀 아가씨들의 떠들썩한 나날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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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수도사의 두건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북하우스
  엘리스 피터스에게 1980년 실버대거 상의 영광을 안겨줬던 캐드펠시리즈의 제 3번째 소설이 바로 이 '수도사의 두건'이다.

  내전의 불길이 가신지 얼마 안된 시루즈베리 수도원에 한 영주가 전 재산을 내놓는 조건으로 가족과함께 몸을 의탁한다. 영주의 재산이 꽤 많았던지라 부원장 로버트는 기뻐하며 영주를 맞이하지만 세상경험이 풍부한 캐드펠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과연 여기에는 뒷 사정이 있었는데, 영주의 처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영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것.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양아들에게 화가난 영주는 재산을 빌미로 아들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 아들과 영주가 싸운 어느날 영주가 독살당하고 법의 수호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범인이 양아들일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예리한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의문을 느끼고 자신이 만든 약물 - 바곳, 즉 '수도사의 두건'이라고도 불리는 약초를 사용한 - 이 범행에 이용되었다는것을 핑계로 이 사건에 뛰어드는데....

  이번 권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캐드펠이 앞권에서 곧잘 읊조리던 '그의 여자'들 중 한명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이 60이 다되어도 약간 치기어린 캐드펠 할아버지가 종종 말하던 '결혼할 뻔 했던' 리칠디스가 바로 영주의 부인이었던 것. 그녀의 아들 에드윈을 보며 자신의 아들이 될뻔했다거나 예전의 리칠디스를 떠올린다거나 하며 묘한 기분에 잠기는 캐드펠이 상당히 귀엽게 느껴진다. (이미 올리비에를 향한 작가의 복선은 시작되고 있다)

  두번째로, '성녀의 유골'에서도 나왔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차이가 상당히 흥미롭다. 모드황후와 스티븐왕간의 권력다툼, 수도원 내 파벌및 지위상승욕구와 더불어 잉글랜드와 웨일즈간 지역색의 차이는 캐드펠 시리즈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테마중 하나이다. 아직까지 웨일즈가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그 나름대로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여서 두 지역을 지배하는 지배자도 다르며, 법도 다르고, 심지어 언어와 사람들의 특성마저 차이가 난다. 내가 캐드펠시리즈를 읽으며 즐거웠던 점 중에 하나가 중세 웨일즈인들의 건강한 매력이 너무나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것에 익숙하고, 외부인을 꺼려하는 폐쇄적인 습성, 그러나 그만큼 공동체 의식이 강한... 그리고 이번 권에서는 특히나 범인을 추리하는데 키 포인트가 되는 서자에의 재산상속권 및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마을회의의 풍습.. 캐드펠의 여유롭고 인간애가 가득한 성격에는 이러한 성장배경이 있었다는것을 생각하면 한층 더 소설 읽기가 즐거워진다.

  또한 작가가 세속을 경험한 종교인, 웨일즈출신 잉글랜드 수도원의 수도사 라는 설정으로 캐드펠을 창조한 것은 주인공을 좀더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진 인물로 만드려고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활동반경또한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찬가지로 약초를 재배하고 약을 다루는 본초학자라는 설정 또한 엄격한 종교적 규율에서 그를 자유롭게 한다. 이번권만해도 캐드펠은 웨일즈어가 가능한 웨일즈 인과 치료사로서 종횡무진 활약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소하고도 치밀한 계산을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작가의 캐드펠 시리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된다.

  이번권 역시 캐드펠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두 젊은이를 구원한다. 다소 법에는 벗어나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는 캐드펠에게 우리는 환호하게 된다. 역시 당신은 어쩔수 없군요.. 당신다워요..라며 자조하는 휴 버링가의 즐거운 쓴웃음이 들려오는 듯 하다. 항상 그렇듯, 신은 (캐드펠의 손을 빌려) 최선의 방법으로 일을 해결한다.

 이번권은 약간 추리의 단서가 많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점이 있으나 그것 또한 이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정통 추리가 메인이 아닌 어디까지나 스토리 텔링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마을에서 이런일이 있었는데 사실은 이런 뒷사정이 있었지...라는 기분으로 즐기는게 최고다. 인간의 순간적인 욕망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엘리스 피터스는 캐드펠을 통해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수도원장의 작은 복수와 후임 수도원장으로 앞으로 캐드펠의 뒤를 확실히 지원해주는 든든한 라덜푸스 수도원장의 부임역시 소소한 볼거리다. 확실히 소악당(?) 로버트 부 수도원장 같은 인물이 있어서 캐드펠 시리즈가 더 재미있어 지는게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캐드펠 시리즈의 초반부인만큼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과 설정이 잔뜩 나오지만, 그만큼 읽고나면 시리즈의 다음 권들을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것이다. 또 엘리스피터스만의 추리방식에도 익숙해져서 점점 범인 추리가 어렵지 않게 (오히려 너무 쉬울정도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번권을 통해 캐드펠의 매력에, 역사추리소설의 매력에 한층 더 빠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17권밖에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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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번째 주검99번째 주검 - 10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북하우스
  캐드펠 시리즈를 통틀어 많은 주변인물이 등장하지만, 캐드펠이 가장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는 단연 휴 버링가일 것이다. 보통 추리소설에는 탐정뿐아니라 탐정의 조수가 등장하지 않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조수들이 착하고 정의로운 심성을 지녔으며 탐정의 손과발이 됨과 동시에 가끔씩 탐정에게 영감을 주는 - 그런 역할을 하는것에 비해 휴 버링가는 캐드펠과 함께 추리하는- 또다른 머리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존의 조수역에 들어맞는 역할이라고 하면 마크수사나 오스윈수사같은 어린 수사들을 꼽을 수 있을것이다. 휴 버링가는 캐드펠 못지않은 두뇌와 젊은 행동력, 또한 행정적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캐드펠이 필요할때 언제든지 제2의 머리, 손, 발이 되어준다. 그야말로 전적으로 믿을수 있는 친구다. (친구에 나이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휴 버링가가 처음 등장하는것이 이 99번째 주검. 시루즈베리를 차지하기위한 전투 후 스티븐왕이 명령한 98명(사실 원작은 94명인데 출판사측에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고의로 숫자를 바꿨다)의 죽음.. 그러나 그곳에는 99명의 시체가 있었다. 그 교묘하게 숨겨진 살인의 진상을 캐드펠이 파헤친다는것이 이번권의 내용.

  99번째 주검은 또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배경이 드러나게 되는 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티븐왕과 모드 황후라는 두개의 내전 세력과 모든 귀족들이 두 파로 갈려있는 상황속에서 민중들은 전쟁에 휘말린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리저리 변하며 각종 에피소드들의 배경이 된다. 정세의 변화가 상당히 흥미롭게 에피소드에 이용되고 있으니 그쪽도 주목해서 보길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정세의 흐름에 민중들은 다만 휩쓸릴뿐이다. 그들에겐 스티븐왕이나 모드황후나 상관없다. 오직 자신들이 안전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기쁘다. 캐드펠 또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가능한한 모든 인간에게 공정하려 노력한다.

  여느 캐드펠 시리즈와 같이 이번편도 이러한 정치적 상황과 인간의 탐욕, 질투가 불러낸 비극을 사랑과 용기로 극복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가지 더하자면 캐드펠과 휴가 벌이는 신경전- 두뇌싸움이 상당히 흥미롭다. 앞으로 더말할 나위없는 친우가 되는 이 두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는지 독자들은 이번 권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수사이면서 약간은 느슨하고, 약간은 약삭빠르며, 냉철과 감정을 겸비한 캐드펠의 매력과 활약에 다시한번 즐거워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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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2하울의 움직이는 성 2 - 10점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수첩리틀북스

  소설을 다 읽고나서 무언가 표현할 말을 찾고 싶어 책을 뒤지다 찾아낸것은 바로 '상상력이 창조한 따뜻한 세계'라는 말. 다름아닌 역자의말 제목이다. 정말 덜도 더도 아니고 저말 대로의 소설. 읽고나서 가슴이 따뜻해 지는것을 느꼈다. 1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보았을때도 잠시 저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은데, 아무래도 소설쪽이 여운은 더 깊이 남는다.

  뭐랄까, 느슨한듯 보이는 구성이지만 실제로는 꽉 짜여져 있달까, 밋밋한듯 보이면서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2권 마지막에 압둘라와 밤의꽃과 비어트리스공주와 저스틴왕자와 소피와 하울과 캘시퍼와 달젤과 하스루엘과 발레리아공주와 모건의 난장판은 더없이 극적인 부분으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로써 전혀 손색이 없다. 읽고 난 뒤에도 너무너무 즐거워서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어쩜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을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심지어 우울한 대목에서도 캐릭터들의 생기발랄함이 다음을 재촉한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어째서 웃음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건지, 어쩜 이렇게 다들 위트가 넘치는건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2권에서는 특히, 마지막 반전이 너무 생각치도 못한것이어서.. 아직도 솔직히 어벙벙한 상태. 2권은 1권과 장소만 비슷하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를 해줄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소설에서는 악인이 없다.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을 대로 할 뿐. 그렇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결국은 책임을 지게 마련이고, 그 책임마저도 기꺼이 감수하는것이 또 캐릭터들의 멋진점이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왠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제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용감하다. 용감한 행동에 언제나 보상이 있을 수 만은 없지만 적어도 작가만큼은 용감한 그들의 행동에 모두 적당한 보상을 해줬다는 점에서, 따뜻한 작가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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